어찌보면, 우리 아버지는 나와 참 취향이 비슷했다.
종종 둘이 싸돌아다니며 남대문을 헤집고 다녔고
박람회에 구경다니며 사은품을 받아 챙기곤 했다.

그 중의 하이라이트는 학용품 마련 쇼핑.
2년때부터 6학년때까지 매년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남대문에서 사재기하던 기억,
그리고 명동 칼국수에서 칼국수 먹던 기억 등등을 떠올려보면
남대문+명동코스는 일년에 2번있는 축제날이었던 것이다.

공식적 학용품 마련 쇼핑은 항상 엄마가 같이 있었기 때문에 원하는걸 맘대로 사진 못했는데
다행히도(!) 아버지는 아주 가끔, 주말에 뜬금없이 나와 함께 남대문에 데려가 주셨다.
그리고 아주 행복하게도(!) 내가 몇 시간을 고민끝에 고른 학용품은
눈물 그렁그렁 모드로 들어가면 꼭 사주시곤 했다 ^^;;

국민학교 2학년.
브랜드도, 상품가치나 가격에 대한 개념이 없던 그 어린나이에
수입문구파트에 쭈구려 앉아 고른 첫 샤프는 빨간 Lamy의 사파리 샤프.
이 샤프가 브랜드인지, 좋은건지 바로 얼마전까지 전혀 몰랐었는데,
일본여행 갔다가 똑같은걸 발견해서 자세히 보니 Lamy...;;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래도 꽤 비쌌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샤프가 절대절대절대절대 고장나지 않아서 고등학교때까지 쓴 샤프라 비싼 값을 하는구나 싶었는데 -
(질긴 녀석이구나 -_- 라고 생각했다 -_- 덕분에 그 이후로 새 샤프를 살 수 없었으니...)
아직도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는걸 보고 놀랐다.
지우개심의 철사가 보일때까지 지우개를 쓰고, 지우개를 더이상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 했었는데
요즘엔 이것저것 다 인터넷으로 구할 수 있다고 하니 나도 다시 샤프를 짐속에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고학년이 되었을 때
또 다시 남대문 상가 문구점 수입코너에 쭈구려 앉아 고심하며 고른 멀티펜이
요즘에와서 알아보니 Zebra sharbo...(삼색볼펜+샤프);;

그 당시 그 멀티펜을 고른 이유가 생생히 기억나는데,
플라스틱은 부러지니까 쇠로 된 펜을 사야된다고 생각했다. ;;
어린 나이에 쓰기엔 조금 무겁기도 했지만,
샤프 꼭지를 누르면 내가 보는 방향 쪽에 표시된 색깔의 볼펜이 나오는 방식이
일종의 문화적 충격(!) 이었다.

너무너무 신기해서 꼭 갖고싶다고 눈물 그렁그렁 작전으로 갖게된 멀티펜.
이건 중학교 올라갔을 때 쯤 볼펜심은 바닥나서 샤프 용도로만 쓰게 되었었는데
언.젠.가.는. 리필심을 구해보겠노라며 고이 모셔놓고 있었다.

너무 펜을 오래 써서 펜의 바디에 씌여 있던 로고가 몽땅 지워지는 바람에
리필심을 구해보려 해도 브랜드를 알 수 없어 상심하다가
문득 리필심의 바디를 보니 리필심 브랜드 로고와 상품코드가 씌여있는게 아닌가!

작년 여름, 그렇게 인터넷 서핑을 통해 겨우겨우 리필심을 구할 수 있게되면서
그제서야 내가 쓰고 있는 멀티펜의 이름을 알 수 있었고,
Zebra sharbo를  20 년째 -_- 쓰고 있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겠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스틸바디의 코딩도 살짝 벗겨지고,
샤프 앞촉도 살짝 불안하지만 (살짝 휘었었는데, 열심히 매만져서 다시 작동!!)
그래도 앞으로 20년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봐도 요즘의 sharbo보다 내 shrbo 디자인이 훨씬 예쁜 것 같은데 -
왜 요즘처럼 바뀐건지 이해가 되질 않네...)


이런 식으로 눈물 그렁그렁 작전으로 처음 갖게되었던
KIRIN 24색 색연필 세트.
그 당시엔 연필처럼 나무바디의 색연필을 문방구에서 볼 수 없었는데
역시나 남대문 수입문구 코너에서 쭈구리고 앉아
"세일하니까~ 원래 비쌌는데 그것보단 싸니까~"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며 꼭 사달라고 졸라서
한 여름에 -_- 생일선물(12월)+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색연필이다.

연필같은 사각거림도 좋았지만, 철케이스에 예쁜 곰돌이가 그려져 있어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24색 모두 절반쯤 쓴 상태로 남아있는데, 가끔씩 그림그릴때 꺼내쓰곤 한다.
일본 여행갔을 때, 비슷한게 있으면 사오고 싶었는데
요즘은 옛날에 비해 중국산이 워낙 많아서
케이스는 예쁘지만 색연필의 질이 좋지 않아서 사와도 잘 쓸 수 없을꺼란 생각에
색연필"은" 아무것도 사오지 못했다;;




어렸을 때엔 남대문시장보다는 깨끗한 백화점이 더 좋아보였고
복작거리는 시장에서 산 것은 엄청 좋은건 아닐꺼야 - 라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는데
그 때의 철없던 나의 사고방식이 지금은 너무 부끄럽다.



국민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남대문 문구 수입상가에,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엔 문구/지류 박람회에,
고등학교/대학교를 다닐땐 두타나 메사에 데려가 이것저것 보여주고 사주던 아버지.
아마 지금도 옆에 계셨다면 이젠 인테리어페어를 함께 다니게 되지 않았을까?



보고싶네 아부지. ㅎㅎ

나도 나중에 - 자식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줄 수 있는 부모가 될께요.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8/06 14:56 2010/08/06 14:56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충 그려본 이사갈 집 평면도.
아래쪽이 남쪽.

옵션 들어온걸 아직 못 봐서 대충 저정도 크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대충 그렸는데
저것보다 크면 어쩌지...

일단 침대는 확정해서 주문했고, 전신거울 수납장 주문해야하고...

그 외에 사야할게 의외로 너무 많아서 멍때리고 있다 ;;;
당장 침구만이라도 사야 이사간 날 잠이라도 잘텐데 ;;;

다행히 침대를 수납력이 엄청(!) 좋은걸로 사서 창고대용의 공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긴 한데
그래도 왠지... 주방이 너무 좁아서 걱정이다 ;;;
나의 수 많은 컵들의 행방은 어디로... ㅠ_ㅠ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7/24 16:20 2010/07/24 16:20
 이전  12345 ... 398   다음